발톱 깎기는 매번 전쟁이었다무는 버릇, 새벽 습격, 소파 긁기까지 하나씩 잡아오면서 나름 호두와의 생활에 자신이 붙었다. 그런데 도무지 정복이 안 되는 최종 보스가 있었다. 바로 발톱 깎기다.한 달에 한 번쯤 큰맘 먹고 발톱을 깎으려 하면, 그날은 집 안이 난리가 났다. 수건으로 감싸 안으면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하고, 앞발을 잡는 순간 하악질을 하며 발버둥을 쳤다. 억지로 두세 개 깎고 나면 나도 호두도 진이 빠졌다.문제는 그렇게 한 번 크게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발톱깎이만 봐도 도망갔다는 점이다. 발톱 깎기 = 무서운 일로 각인이 된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접근 자체를 완전히 바꿔보기로 했다.가설: 한 번에 다 깎으려니까 실패한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방식이 문제였다. 한..
무는 버릇을 잡고 나니 다른 문제가 보였다앞선 훈련들로 손 무는 버릇과 새벽 습격은 어느 정도 잡았다. 그런데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새기 시작했다. 바로 소파 긁기였다.낚싯대 놀이로 사냥 본능은 어느 정도 풀어줬는데, 스크래칭 욕구는 또 별개였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오래된 패브릭 소파 모서리가 어느 날 보니 실밥이 다 터져 나와 있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혼낼 문제가 아니라 '긁을 곳을 제대로 안 만들어준 내 탓'이었다.사실 우리 집엔 스크래처가 없었던 게 아니다. 종이 재질 스크래처 하나가 이미 있었는데, 고양이 호두가 거의 쳐다도 안 봤다. 그래서 의문이 생겼다. 혹시 재질이 안 맞아서 안 쓰는 건 아닐까?그래서 이번엔 종이, 밧줄, 카페트 세 가지 재질의 스크래처를 놓..
문제는 항상 새벽 1시에 터졌다낮 동안의 무는 버릇은 앞선 훈련들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끝까지 안 잡히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새벽 1시 정도의 습격이다.정확히 새벽 1시 즈음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데 이불 위로 뭔가 툭 올라오는 느낌이 들고, 다음 순간 종아리나 발등을 앞발로 감싸 쥐며 물었다. 자다가 당하니 방어할 새도 없이 매번 놀라서 깼다.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게 거의 매일 반복되니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나 있었고, 잠을 설쳐서 하루 종일 피곤했다.처음엔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자기 전에 밥을 챙겨줘 봤다. 소용없었다. 문을 닫고 못 들어오게도 해봤지만, 문 앞에서 우는 소리에 결국 또 잠을 설쳤다. 이건 원인을 제..
손으로 놀아준 게 문제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앞선 무는 버릇 훈련을 하면서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 호두가 손을 무는 근본 원인은, 내가 손으로 놀아준 습관에 있었다는 것이다.침대에 누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불 위로 움직이면, 고양이는 그걸 완벽한 사냥감으로 인식했다. 앞발로 손을 감고 뒷발로 걷어차며 무는 그 행동이, 사실은 야생에서 쥐를 잡을 때 하는 동작과 똑같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그러니까 손을 무는 건 미워서가 아니라 본능이었다. 문제는 그 본능의 대상이 하필 내 손이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손으로는 단 한 번도 놀아주지 않고, 오직 낚싯대 장난감으로만 사냥 놀이를 해주기로.일주일 실험의 규칙규칙은 단순하게 잡았다. 복잡하면 나부터 ..
처음엔 귀여운 줄 알았다우리 집 호두는 생후 6개월쯤부터 손발을 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발끝을 툭툭 건드리다가, 어느 순간 발등을 덥석 물고 뒷발로 감싸 쥐는 식이었다.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 건 어느 날 밤이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이불 밑에서 움직이는 내 발을 사냥감으로 착각했는지, 갑자기 흥분해서 종아리를 세게 물었다. 순간적으로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고, 다음 날 보니 이빨 자국 두 개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더 곤란한 건 손이었다. 손으로 놀아주다 보면 어느 순간 놀이가 '진짜 사냥'으로 바뀐다. 눈동자가 커지고 몸을 낮추더니, 팔뚝을 향해 몸을 날려 앞발로 감고 뒷발로 캉캉 걷어차면서 문다. 이럴 때 손등이며 팔뚝에 긁힌 상처가 여러 줄 남곤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