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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가 손을 무는 건 미워서가 아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호두랑 제일 자주 하던 놀이가 이불 위에서 손가락 꼼지락거리기였다. 내가 봐도 재밌었고, 호두도 좋아하는 줄만 알았다.
침대에 누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불 위로 움직이면, 호두는 그걸 완벽한 사냥감으로 인식했다. 앞발로 손을 감고 뒷발로 걷어차며 무는 그 행동이, 사실은 야생에서 쥐를 잡을 때 하는 동작과 똑같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타임아웃 훈련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호두가 손을 무는 근본 원인은 내가 손으로 놀아준 습관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손을 무는 건 미워서가 아니라 본능이었다. 문제는 그 본능의 대상이 하필 내 손이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손으로는 단 한 번도 놀아주지 않고, 오직 낚싯대 장난감으로만 사냥 놀이를 해주기로.

일주일 동안 손은 쓰다듬을 때만 쓰기로 했다
규칙은 단순하게 잡았다. 복잡하면 나부터 못 지키니까.
우선 어떤 상황에서도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약 올리지 않는다. 쓰다듬는 것 말고는 손을 절대 놀이 도구로 쓰지 않는다.
놀이 시간은 아침저녁 하루 두 번으로 정해뒀다. 한 번에 15분 정도, 호두가 헥헥거리며 숨을 고를 때까지 제대로 사냥 흉내를 내게 해준다.
그리고 놀이는 반드시 '사냥 성공'으로 끝낸다. 마지막엔 낚싯대 끝을 잡게 해주고, 바로 간식을 준다. 사냥 → 포획 → 식사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며 일주일간 공격성과 사냥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매일 적어두었다.
낚싯대를 꺼내는 순간 호두의 눈빛이 달라졌다
첫날, 낚싯대를 꺼내자마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확실히 손보다 훨씬 격하게 반응한다. 다만 놀이가 끝나고 낚싯대를 치우자, 아쉬웠는지 곧바로 내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손 = 사냥감이라는 공식이 남아 있었다.
이튿날, 아침 놀이 후엔 확실히 얌전했다. 문제는 저녁이었다. 낮 동안 쌓인 에너지 때문인지 흥분이 훨씬 컸고, 낚싯대를 치우자마자 발등을 노렸다. 저녁 놀이를 좀 더 길게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흘째엔 작은 변화가 보였다. 낚싯대 놀이 중에 예전보다 '숨어서 노리는' 행동이 늘었다. 소파 뒤에 몸을 숨겼다가 튀어나오는, 진짜 사냥에 가까운 모습이다. 손을 물던 에너지가 낚싯대 쪽으로 옮겨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나흘째, 처음으로 놀이가 끝난 뒤에도 손을 노리지 않고 그루밍을 하다가 잠들었다. 에너지를 제대로 빼주면 손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닷새째부터는 낚싯대를 넣어두는 서랍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놀이 시간을 기억한 것이다. 손 대신 장난감으로 논다는 규칙을 호두도 받아들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엿새째, 손 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쉬운 점도 보였는데, 낚싯대 깃털이 해지자 반응이 확 시들해졌다. 장난감 상태가 사냥 흥미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했다.
마지막 날. 손을 무는 행동은 확실히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래도 놀이 방식을 손에서 낚싯대로 옮긴 것만으로 공격성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지켜보다 보니 놓치고 있던 게 보였다
일주일간 지켜보며 예상 못 한 사실을 몇 가지 배웠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놀이 시간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호두는 저녁 8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에너지가 폭발하는 야행성 성향이 강했다. 아침 놀이만으로는 부족했고, 저녁 놀이를 더 길게 잡아야 밤중에 발을 무는 일이 줄었다.
장난감의 '신선도'도 생각보다 큰 변수였다. 같은 낚싯대라도 깃털이 멀쩡할 땐 미친 듯이 달려들다가, 해지고 나면 시큰둥해졌다. 깃털 리필을 몇 개 사두고 번갈아 쓰니 흥미가 훨씬 오래갔다.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놀이를 '성공'으로 끝내주는 것이었다. 계속 약만 올리고 한 번도 못 잡게 하면 오히려 욕구불만으로 손을 더 물었다. 마지막엔 꼭 잡게 해주고 간식으로 마무리하니 만족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손을 무는 버릇은 사라진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꿨다
일주일 만에 손을 무는 버릇이 완전히 사라지는 마법은 없었다. 다만 문제 행동을 '없애려' 하기보다 '올바른 대상으로 옮겨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건 분명히 알게 됐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 에너지가 향할 곳을 손이 아닌 낚싯대로 바꿔주는 것, 그게 전부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호두가 노리던 건 이불 위의 내 손가락이었다. 지금은 저녁만 되면 낚싯대가 든 서랍 앞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버릇을 고쳤다기보다, 호두가 바라보는 곳을 바꿔준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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