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안 마시는 건 아닌데, 더 마시게 하고 싶었다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고양이는 원래 물을 잘 안 마시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막 지역에서 유래한 동물이라 몸이 물을 아껴 쓰도록 되어 있고, 그래서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방광염이나 신장 질환 같은 비뇨기 문제에 취약하다고 한다.우리 고양이 호두가 물을 아예 안 마시는 건 아니었다. 지켜보면 하루에 몇 번은 물그릇으로 가서 마셨고, 물이 줄어드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마시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충분히 마시는지는 확신이 안 섰다. 건식 사료 위주로 먹다 보니 음식에서 얻는 수분도 적을 텐데, 물이라도 넉넉히 마셔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쓰던 건 다이소에서 산 물그릇이었다. 겉은 플라스틱이고 안쪽은 스테인리스로..
새 사료로 바꾸려다 벽에 부딪혔다건강을 생각해서 사료를 더 좋은 걸로 바꿔주기로 했다. 성분을 꼼꼼히 비교해 새 사료를 골랐고, 이제 그릇에 부어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 고양이 호두가 새 사료를 완전히 거부했다.새 사료를 부어주니 그릇에 코를 대고 냄새만 맡고는 홱 돌아섰다. 배가 고프면 먹겠지 싶어 뒀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입도 안 댔다. 기존 사료 그릇을 치우고 새것만 줬더니, 밥그릇 앞에서 애처롭게 울며 나를 쳐다봤다. 결국 마음이 약해져 원래 사료를 다시 주고 말았다.여기서 중요한 걸 알게 됐다. 고양이는 입맛이 굉장히 보수적인 동물이라, 사료를 갑자기 바꾸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도 알았다. 고양이가 며칠씩 밥을 안 먹는 건 매우 위..
현관 슬리퍼가 남아나질 않았다손 무는 버릇, 새벽 습격까지 사냥 놀이로 하나씩 잡아왔지만, 엉뚱한 데서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바로 슬리퍼 물어뜯기다.어느 날부터 현관 슬리퍼가 성한 게 없었다. 특히 푹신한 재질의 실내 슬리퍼를 좋아했는데, 앞코를 앞발로 감싸 쥐고 뒷발로 캉캉 차면서 이빨로 물어뜯었다. 사냥할 때 쥐를 잡는 딱 그 동작이었다. 슬리퍼 표면이 너덜너덜해지고, 심할 땐 작은 조각이 뜯겨 나왔다.처음엔 슬리퍼 하나 망가지는 거야 뭐 하고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뜯긴 조각이 바닥에 흩어진 걸 보고 아찔했다. 저 조각을 삼키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물건이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칫 이물을 삼켜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였다.혼내는 걸로는 소용없다는 걸 이미 여러 훈련에..
좋은 방석을 사줬는데 안 쓰는 게 문제였다캣타워를 창가로 옮겨 낮 동안의 일과를 바꿔준 뒤, 이번엔 '잠'에 관심이 갔다. 고양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자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얼마나 편하게 자느냐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았다.그래서 폭신한 사각형 방석을 하나 마련했다. 푹신하고 적당히 넓어서 몸을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나름 신경 써서 고른 제품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여기서 포근하게 잘 거라고 기대했다.그런데 웬걸, 우리 고양이 호두는 이 방석을 잘 쓰지 않았다. 몇 번 킁킁대고 올라가 보긴 했지만, 정작 낮잠은 엉뚱한 곳에서 잤다. 신경 써서 산 방석은 덩그러니 비어 있고, 호두는 맨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다.처음엔 '방석이 마음에 안 드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
첫 목욕은 서로에게 지옥이었다발톱, 양치, 빗질까지 하나씩 적응시키며 나름 베테랑 집사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넘지 못한 최고 난도의 산이 있었으니, 바로 목욕이다.계기는 우리 고양이 호두가 어딘가에서 끈적한 무언가를 잔뜩 묻히고 온 날이었다. 혀로 핥아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씻겨야 했다. 고양이 전용 샴푸까지 미리 준비해 두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목욕을 한 번 시켰는데,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문제는 물을 틀기도 전부터였다. 목욕을 시키려고 욕실에 데리고 들어가자마자, 호두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욕실 이곳저곳을 계속 돌아다니며 도망 다니기 바빠서, 나는 호두를 붙잡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겨우 잡아도 미끄러지듯..
새 장난감도 3일이면 시들해졌다무는 버릇부터 빗질까지, 그동안 여러 문제를 사냥 놀이로 풀어왔다. 그런데 놀이를 계속하다 보니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바로 쉽게 질려한다는 것이다.분명 처음엔 낚싯대만 꺼내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었다. 그런데 며칠 같은 방식으로 놀아주니 반응이 뚝 떨어졌다. 낚싯대를 흔들어도 슬쩍 보고는 그냥 엎드려버리는 날이 늘었다. 공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발로 툭툭 치며 잘 놀더니, 어느새 굴려줘도 쳐다도 안 봤다.새 장난감을 사주면 될까 싶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새것도 3일이면 시들해졌다. 장난감을 계속 사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안 갖고 노는 장난감만 쌓여갔다.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장난감의 개수가 아니라, 내가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놀아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