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면 일단 숨고 보는 고양이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초인종이 울리고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우리 고양이 호두는 쏜살같이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슬금슬금 다시 나오긴 하지만, 손님이 있는 동안은 확실히 평소보다 긴장한 기색이었다.우리 집에 오는 사람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가끔 들르는 친척들, 그리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정수기 점검 아저씨 정도다. 그런데 자주 오는 친척이든 처음 보는 정수기 아저씨든, 낯선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리면 일단 숨는 건 똑같았다. 특히 정수기 아저씨처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올 땐 더 깊이 숨었다.처음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좀 사교적이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다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손님이 왔을..
이동장은 무서운 물건이 되기 직전이었다발톱, 양치, 목욕까지 하나씩 적응시키며 느낀 게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완전히 싫어하는 것이 되기 전에 미리 손을 쓰는 게 훨씬 쉽다는 것. 그런 눈으로 집 안을 둘러보다, 미뤄둔 숙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동장(이동 케이지)이다.우리 고양이 호두가 이동장을 보고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확실히 싫어했다. 이동장을 꺼내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고, 억지로 넣으려 하면 버티며 저항했다. 아직 극도의 공포까진 아니고 그냥 싫은 것 정도였다.문제는 이 그냥 싫은 것이 방치하면 극도의 공포가 된다는 것이다. 이동장을 오직 병원 갈 때만 꺼내니, 고양이 입장에선 이동장 = 병원 = 무서운 곳이라는 공식이 조금씩 굳어가고 있었다. 이게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기..
물을 안 마시는 건 아닌데, 더 마시게 하고 싶었다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고양이는 원래 물을 잘 안 마시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막 지역에서 유래한 동물이라 몸이 물을 아껴 쓰도록 되어 있고, 그래서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방광염이나 신장 질환 같은 비뇨기 문제에 취약하다고 한다.우리 고양이 호두가 물을 아예 안 마시는 건 아니었다. 지켜보면 하루에 몇 번은 물그릇으로 가서 마셨고, 물이 줄어드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마시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충분히 마시는지는 확신이 안 섰다. 건식 사료 위주로 먹다 보니 음식에서 얻는 수분도 적을 텐데, 물이라도 넉넉히 마셔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쓰던 건 다이소에서 산 물그릇이었다. 겉은 플라스틱이고 안쪽은 스테인리스로..
새 사료로 바꾸려다 벽에 부딪혔다건강을 생각해서 사료를 더 좋은 걸로 바꿔주기로 했다. 성분을 꼼꼼히 비교해 새 사료를 골랐고, 이제 그릇에 부어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 고양이 호두가 새 사료를 완전히 거부했다.새 사료를 부어주니 그릇에 코를 대고 냄새만 맡고는 홱 돌아섰다. 배가 고프면 먹겠지 싶어 뒀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입도 안 댔다. 기존 사료 그릇을 치우고 새것만 줬더니, 밥그릇 앞에서 애처롭게 울며 나를 쳐다봤다. 결국 마음이 약해져 원래 사료를 다시 주고 말았다.여기서 중요한 걸 알게 됐다. 고양이는 입맛이 굉장히 보수적인 동물이라, 사료를 갑자기 바꾸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도 알았다. 고양이가 며칠씩 밥을 안 먹는 건 매우 위..
현관 슬리퍼가 남아나질 않았다손 무는 버릇, 새벽 습격까지 사냥 놀이로 하나씩 잡아왔지만, 엉뚱한 데서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바로 슬리퍼 물어뜯기다.어느 날부터 현관 슬리퍼가 성한 게 없었다. 특히 푹신한 재질의 실내 슬리퍼를 좋아했는데, 앞코를 앞발로 감싸 쥐고 뒷발로 캉캉 차면서 이빨로 물어뜯었다. 사냥할 때 쥐를 잡는 딱 그 동작이었다. 슬리퍼 표면이 너덜너덜해지고, 심할 땐 작은 조각이 뜯겨 나왔다.처음엔 슬리퍼 하나 망가지는 거야 뭐 하고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뜯긴 조각이 바닥에 흩어진 걸 보고 아찔했다. 저 조각을 삼키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물건이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칫 이물을 삼켜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였다.혼내는 걸로는 소용없다는 걸 이미 여러 훈련에..
좋은 방석을 사줬는데 안 쓰는 게 문제였다캣타워를 창가로 옮겨 낮 동안의 일과를 바꿔준 뒤, 이번엔 '잠'에 관심이 갔다. 고양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자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얼마나 편하게 자느냐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았다.그래서 폭신한 사각형 방석을 하나 마련했다. 푹신하고 적당히 넓어서 몸을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나름 신경 써서 고른 제품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여기서 포근하게 잘 거라고 기대했다.그런데 웬걸, 우리 고양이 호두는 이 방석을 잘 쓰지 않았다. 몇 번 킁킁대고 올라가 보긴 했지만, 정작 낮잠은 엉뚱한 곳에서 잤다. 신경 써서 산 방석은 덩그러니 비어 있고, 호두는 맨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다.처음엔 '방석이 마음에 안 드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