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애완동물

새벽 1시만 되면 다리를 덮치던 호두가 푹 자기까지, 자기 전 15분 놀이를 한 달 해본 기록

starmini1 2026. 8. 29. 23:15

목차


    알람보다 정확했던 새벽 1시의 습격

    우리 집에는 알람보다 정확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새벽 1시의 호두다.
    곤히 자고 있으면 이불 위로 뭔가 툭 올라오는 느낌이 들고, 다음 순간 종아리나 발등을 앞발로 감싸 쥐며 문다. 자다가 당하니 방어할 새도 없이 매번 놀라서 깼다.
    낮 동안의 무는 버릇은 타임아웃과 낚싯대 놀이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새벽 습격만큼은 끝까지 안 잡혔다.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거의 매일 반복되니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나 있었고, 잠을 설쳐서 하루 종일 피곤했다.
    처음엔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자기 전에 밥을 챙겨줘 봤다. 소용없었다. 문을 닫고 못 들어오게도 해봤지만, 문 앞에서 우는 소리에 결국 또 잠을 설쳤다.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새벽에 쓸 힘을 자기 전에 다 써버리게 하면 어떨까

    찾아보니 고양이는 원래 사람과 활동 리듬이 달라서, 사람이 깊이 잠든 한밤중이나 새벽에 오히려 쌩쌩해지기 쉽다고 한다. 호두에게 새벽 1시는 잠잘 시간이 아니라 사냥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그 사냥 에너지를 새벽이 아니라 내가 자기 직전에 몰아서 다 써버리게 하는 것. 그래서 한 달 동안 이 방법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잠들기 직전 15분은 낚싯대 장난감으로 고강도 사냥 놀이를 한다. 슬슬 놀아주는 게 아니라, 호두가 진짜로 숨을 헐떡이며 지칠 때까지 격하게 뛰게 만든다.
    놀이의 끝은 반드시 '사냥 성공'이고, 곧바로 든든한 밤참을 준다. 사냥 → 포획 → 포식 → 수면으로 이어지는 야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한 달은 길어서, 일주일 단위로 끊어 변화를 적어두었다.

    처음엔 그대로였는데, 2주쯤 지나니 새벽이 조용해졌다

    첫 주는 솔직히 큰 변화가 없었다. 자기 전에 아무리 놀아줘도 새벽 1시 습격은 여전했다. 다만 3~4일쯤 지나자 습격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리는 게 느껴졌다. 1시가 1시 반, 2시로 늦춰졌다.
    둘째 주에 들어서자 확실히 달라졌다. 자기 전 놀이를 제대로 한 날은 새벽 습격이 없거나, 있어도 예전만큼 격하지 않았다. 반대로 내가 피곤하다고 5분만 대충 놀아주고 잔 날은 어김없이 당했다. 놀이 강도와 새벽 습격은 정확히 반비례했다.
    셋째 주에는 밤참의 효과를 실감했다. 놀이만 하고 밥을 안 준 날은, 아무리 격하게 놀았어도 배가 고픈지 새벽에 깨워 밥을 달라고 울었다. 놀이와 밤참을 세트로 해줘야 아침까지 푹 잤다.
    마지막 넷째 주가 되자 자기 전 루틴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15분 사냥 놀이 후 밤참을 주면, 호두도 만족한 듯 그루밍을 하다가 자기 자리로 가서 잤다. 새벽 습격은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훈련이 필요했던 건 내 쪽이었다

    물론 한 달 내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실패한 날들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
    제일 힘들었던 건 나 자신이었다. 야근하거나 피곤한 날은 15분 놀이가 너무 귀찮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 건너뛰면 그날 새벽은 여지없이 당했다. 호두를 훈련시킨다기보다 나를 훈련시키는 한 달이었다.


    놀이 강도도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처음엔 무조건 격하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한껏 흥분시켜 놓고 놀이를 뚝 끊으면 오히려 잠이 확 달아나서 더 설쳤다. 그래서 마지막 2~3분은 움직임을 서서히 줄여 흥분을 가라앉히는 '쿨다운' 시간을 두기로 했다.
    간식 양도 신경 써야 했다. 밤참을 따로 챙기다 보니 살이 붙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저녁 사료를 조금 남겨뒀다가 밤참으로 돌리는 식으로, 하루 총량은 그대로 두고 먹는 시간만 바꿨다.

    요즘도 가끔은 새벽에 다리를 노린다

    새벽 습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못 한다. 컨디션 좋은 날엔 여전히 새벽에 한 번씩 다리를 노린다. 그래도 매일 1시에 깨던 때에 비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어든 것만으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
    호두의 본능을 거스른 게 아니라, 그 본능이 터지는 시간을 내 생활에 맞게 옮겨준 것. 한 달 동안 얻은 가장 큰 결론은 이거였다.
    이제 새벽 1시는 호두에게도 나에게도 그냥 자는 시간이 됐다. 대신 잠들기 전 15분은 우리 집에서 하루 중 가장 시끄러운 시간이 되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매일 밤 제 베개를 차지하던 호두를 침대 밖에서 재워보려고 애쓴 일주일

    같이 자는 게 낭만인 줄 알았는데우리 집 고양이 호두와 함께 침대에서 자는 건 처음엔 로망이었다. 발치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그런데 현실은

    starminim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