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현관 슬리퍼가 남아나질 않았다
손 무는 버릇, 새벽 습격까지 사냥 놀이로 하나씩 잡아왔지만, 엉뚱한 데서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바로 슬리퍼 물어뜯기다.
어느 날부터 현관 슬리퍼가 성한 게 없었다. 특히 푹신한 재질의 실내 슬리퍼를 좋아했는데, 앞코를 앞발로 감싸 쥐고 뒷발로 캉캉 차면서 이빨로 물어뜯었다. 사냥할 때 쥐를 잡는 딱 그 동작이었다. 슬리퍼 표면이 너덜너덜해지고, 심할 땐 작은 조각이 뜯겨 나왔다.
처음엔 슬리퍼 하나 망가지는 거야 뭐 하고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뜯긴 조각이 바닥에 흩어진 걸 보고 아찔했다. 저 조각을 삼키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물건이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칫 이물을 삼켜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였다.
혼내는 걸로는 소용없다는 걸 이미 여러 훈련에서 배웠다. 무는 행동 자체는 본능이니, 그 욕구를 슬리퍼가 아닌 안전한 다른 것으로 옮겨주는 게 답이라고 판단했다.

대체재 고르기: 캣닢은 왜 뺐나
처음엔 흔히 추천하는 캣닢 장난감을 떠올렸다. 그래서 캣닢이 든 장난감을 하나 줘봤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리 고양이 호두는 캣닢 반응이 거의 없었다. 킁킁 냄새만 맡고는 시큰둥하게 돌아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의 상당수는 유전적으로 캣닢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집 호두가 딱 그런 경우였던 것이다. 캣닢은 통하는 고양이에겐 좋지만, 안 통하는 아이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캣닢이라는 향에 기대는 대신, 슬리퍼를 물 때의 그 감각 자체를 대신할 물건을 찾기로 했다. 마침 갖고 있던 적당한 크기의 봉제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슬리퍼처럼 앞발로 감싸 안고 뒷발로 차며 마음껏 물어뜯어도 되는, 딱 그런 대체재였다.
7일 훈련 규칙
규칙은 단순하게 잡았다.
첫째, 슬리퍼는 아예 눈에 안 띄게 치운다. 신발장 안이나 문 닫힌 곳에 넣어, 물고 싶어도 물 슬리퍼가 없는 환경을 만든다.
둘째, 슬리퍼를 물려는 낌새가 보이면 즉시 봉제 인형을 안겨준다. 물고 싶은 욕구 = 인형으로 해결을 연결하는 게 목표다.
셋째, 인형을 신나게 물고 차면 그걸로 놀이를 이어가 준다. 인형이 슬리퍼보다 훨씬 재밌다는 걸 몸으로 알게 하는 것이다.
일자별 훈련 기록
1일 차. 일단 슬리퍼를 전부 치웠다. 그랬더니 물 게 없어진 호두가 현관 근처를 서성이며 두리번거렸다. 이때 봉제 인형을 안겨주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일단 앞발로 잡았다.
2일 차. 여전히 슬리퍼를 찾는 눈치. 신발장 앞에서 냄새를 맡았다. 그때마다 인형을 코앞에 흔들어 관심을 돌렸다. 인형을 물기 시작하면 칭찬해 줬다.
3일 차. 변화의 조짐. 인형을 앞발로 감싸고 뒷발로 차는, 슬리퍼에 하던 그 동작을 인형에 하기 시작했다. 물어뜯는 대상이 옮겨가는 게 눈에 보였다.
4일 차. 이제 심심하면 스스로 인형을 찾아 물었다. 슬리퍼를 찾는 빈도가 확 줄었다. 물고 싶으면 인형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는 느낌이었다.
5일 차. 시험 삼아 슬리퍼를 잠깐 꺼내놨다. 다가가 냄새는 맡았지만, 예전처럼 격하게 물어뜯진 않았다. 대신 곁에 있던 인형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6일 차. 인형이 확실히 전용 사냥감이 됐다. 물고 차는 강도가 예전에 슬리퍼에 하던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만큼 인형에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7일 차. 마지막 날. 슬리퍼를 꺼내둬도 이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고 싶을 땐 알아서 인형을 찾았다. 일주일 만에 물어뜯는 대상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7일 훈련하며 배운 것들
일주일을 해보며 알게 된, 실제로 해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첫째, 환경 관리가 훈련의 절반이었다. 아무리 인형을 줘도 슬리퍼가 눈앞에 있으면 소용없었다. 물 대상 자체를 치워버리니, 자연스럽게 인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유혹을 없애는 게 먼저였다.
둘째, 대체재는 같은 감각을 줘야 통했다. 슬리퍼를 물던 이유는 앞발로 감싸고 뒷발로 차기 좋은 크기와 질감이었다. 봉제 인형이 딱 그 감각을 대신해 줬기에 성공한 것이다. 감각이 다른 물건이었다면 안 통했을 것이다.
셋째, 캣닢이 만능은 아니었다. 많은 정보가 캣닢을 추천하지만, 우리 고양이 호두처럼 반응이 없는 경우도 많다. 남들이 좋다는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도 맞으리란 법은 없었다. 결국 내 고양이를 직접 관찰해서 맞는 걸 찾는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안전 관련해서 꼭 강조하고 싶다. 대체용 봉제 인형도 관리가 중요하다. 눈알이나 코 같은 작은 부속이 달린 인형은 뜯어서 삼킬 위험이 있으니 피하거나 미리 제거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인형 솜이 밖으로 나올 만큼 심하게 망가지면 새것으로 바꿔줘야 한다. 슬리퍼 조각이든 인형 솜이든, 이물을 삼키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만약 뭔가를 삼킨 게 의심되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7일 훈련의 솔직한 결론
슬리퍼 물어뜯기, 일주일 만에 대상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물어뜯는 습성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그 욕구를 슬리퍼에서 인형으로 옮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애초에 물어뜯는 본능을 없앨 순 없으니, 안전한 대상으로 옮겨주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이었다. 덕분에 슬리퍼도 지키고, 무엇보다 이물을 삼킬 위험을 크게 줄였다.
혹시 슬리퍼나 신발을 물어뜯는 고양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두 가지를 권한다. 하나, 물어뜯을 대상(슬리퍼)부터 눈앞에서 치울 것. 둘, 그 대신 마음껏 물고 차도 되는 안전한 장난감을 쥐여줄 것. 캣닢이 안 통하는 아이라도, 슬리퍼와 비슷한 감각의 인형 하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고양이 입질 교정, 14일 타임아웃 훈련으로 손 무는 버릇 잡은 실천 기록
처음엔 귀여운 줄 알았다우리 집 호두는 생후 6개월쯤부터 손발을 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발끝을 툭툭 건드리다가, 어느 순간 발등을 덥석 물고 뒷
starminimi.com
'애완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양이 물 안 마실 때, 그릇 형태와 위치 바꿔본 14일 기록 (0) | 2026.09.15 |
|---|---|
| 고양이 사료 안 먹을 때, 기존 사료와 섞어 바꾼 10일 비율 조절기 (0) | 2026.09.14 |
| 고양이 방석 안 써요, 위치 바꿔가며 낮잠 자리 찾은 관찰기 (0) | 2026.09.10 |
| 고양이 목욕 시키는 법, 물 공포 줄이는 한 달 단계별 적응 후기 (0) | 2026.09.08 |
| 고양이 장난감 금방 질려할 때, 낚싯대 놀이법 바꿔본 10일 관찰기 (0) | 202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