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7 84제곱미터 리뷰 (영끌족, 층간소음, 블랙코미디)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올라왔을 때, 제목만 보고 바로 클릭했습니다. 84제곱미터는 흔히 '국민 평수'라 불리는 34평형 아파트를 뜻하는데, 저를 포함해서 주변 사람 대부분이 이 크기의 집에 살고 있으니 처음부터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소재로 공포를 만드는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앞부분이 현실적일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끌족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앞부분주인공 우성은 적금, 주식, 대출에 어머니의 마늘밭까지 정리해서 간신히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입니다. 요즘 말로 정확히 '영끌족'에 해당합니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가진 자산을 전부 동원해 대출까지 최대한 받아 부동산을 매수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제가 직접 집 살 때 은행 대출 상담을 .. 2026. 5. 29. 영화 반도 리뷰 (기대와현실, 부산행비교, 액션과감동) 부산행을 보고 나서 극장 문을 나오던 날, 발걸음이 쉽게 떼 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반도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같은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 기대가 실제와 얼마나 달랐는지, 저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기대와 현실 — 부산행과의 비교일반적으로 속편은 전작의 세계관과 감동을 이어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반도는 그 공식에서 꽤 벗어난 작품이었습니다.반도는 좀비 바이러스, 즉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 상황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여기서 좀비 아포칼립스란 좀비 바이러스가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고 문명이 사실상 소멸한 상태를 가리키는 장르 용어입니다... 2026. 5. 28. 영화 서바이브 (설정, 몰입감, 가족영화) 재난 영화를 고를 때 "설정은 그럴듯한데 막상 보면 공허하다"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습니까. 2024년 개봉한 프랑스·벨기에 합작 재난 스릴러 서바이브는 지구 자기장 역전이라는 보기 드문 소재를 들고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89분짜리 킬링타임 영화겠거니 했다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끝까지 봤습니다.신선한 설정이 왜 절반의 성공에 그쳤는가지구 자기장 역전, 즉 지자기 역전(geomagnetic reversal)이라는 개념이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지자기 역전이란 지구 내부 외핵의 유체 운동이 변화하면서 북극과 남극의 자기 극이 서로 위치를 바꾸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이 현상이 수십만 년 주기로 반복되었다는 증거가 지층에서 발견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지질조사국(.. 2026. 5. 28. 영화 그놈이다 (장르적 완성도, 연기력, 서사 구조) 착한 사람이 범인일 수 있다는 걸 믿으시겠습니까.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화 한 편이 저를 그 질문 앞에 세워놓았습니다. 주원과 유해진이 나온다는 것만 보고 눌렀는데, 두 시간 가까이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으로 화면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영화 그놈이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장르적 완성도: 미스터리 스릴러가 제대로 작동하는 조건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Mystery Thriller) 장르에 속합니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범인이 누구인지 감추면서 관객의 추리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긴박한 상황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이 장르가 잘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맞아야 합니다. 관객이 "설마 저 사람이?"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미끼, 그리고 그 의심이 확신.. 2026. 5. 27. 매드 댄스 오피스 (여성서사, 플라멩코, 성장드라마)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춤을 통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처음에 그 설정을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저도 모르게 발끝으로 바닥을 한 번 툭 쳐봤습니다. 그 한 동작이 이 영화를 꽤 오래 기억하게 만든 이유였습니다.여성서사 — 일 잘하는 여자가 왜 이렇게 외로운가혹시 주변에 이런 분 한 명쯤 계시지 않으십니까. 빈틈 없이 일하고, 아무도 못 잡아내는 오류를 혼자 잡아내고, 그런데 어딘가 늘 혼자인 것 같은 그런 분 말입니다. 영화 속 구청 기획과 과장 김국희가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이 영화의 여성 서사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작고 구체적인 장면들로 보여줍니다. 임용고시 합격 소식을 들고 딸에게 달려간 엄마가 돌아오는 말이 "앞으로 다시 보지 말.. 2026. 5. 27. 독전2 리뷰 (미드퀄 한계, 각본 문제, 캐릭터 붕괴)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미드퀄이라는 개념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1편이 그 자체로 강렬하게 완결된 작품이었기에, 그 중간 어딘가를 파고든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도전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다 보고 나서야 그 무게가 실감 났습니다. 미드퀄 구조와 각본 문제: 이미 예고된 실패미드퀄(mid-quel)이란 전편과 후편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앞뒤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그 사이 여백을 채우는 것인데, 백지에서 시작하는 창작과 근본적으로 다른 제약을 안고 갑니다. 독전2는 1편에서 용산역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눈 내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약 30일이라는 틈새를 이야기로 채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처음 시도된 형식이라는 점.. 2026. 5. 22. 이전 1 2 3 4 5 6 7 8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