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미드퀄이라는 개념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1편이 그 자체로 강렬하게 완결된 작품이었기에, 그 중간 어딘가를 파고든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도전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다 보고 나서야 그 무게가 실감 났습니다.
미드퀄 구조와 각본 문제: 이미 예고된 실패
미드퀄(mid-quel)이란 전편과 후편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앞뒤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그 사이 여백을 채우는 것인데, 백지에서 시작하는 창작과 근본적으로 다른 제약을 안고 갑니다. 독전2는 1편에서 용산역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눈 내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약 30일이라는 틈새를 이야기로 채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처음 시도된 형식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은, 참신한 형식이 반드시 좋은 영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서사적 자율성(narrative autonomy)의 부재였습니다. 서사적 자율성이란 한 작품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을 말합니다. 1편을 본 관객도 물음표가 떠오르는 장면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누구의 편인지, 왜 저 인물이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지 한 번에 소화가 안 되는 부분들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저도 처음 볼 때는 갸우뚱하다가, 나중에 다시 한 번 돌려보고 나서야 아, 그래서였구나 싶은 대목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반전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각본의 인과율(causality)이 부실하다는 신호입니다. 인과율이란 어떤 행동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다음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뜻합니다. 이 고리가 자꾸 끊기면 관객은 이야기를 쫓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해석하는 노동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구조적 약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결말이 고정된 미드퀄 특성상 긴장감의 피크를 만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 1편의 설정을 무시하거나 충돌하는 장면들이 반복되어 세계관 일관성이 흔들립니다.
- 캐릭터의 동기와 행동 사이의 논리적 연결이 후반부에 가서야 급하게 설명됩니다.
- 주요 배우 교체(락 역할)로 인해 캐릭터 연속성(character continuity)이 깨집니다.
캐릭터 연속성이란 전편과 후편에서 같은 캐릭터가 동일인으로 납득되는 정도를 뜻합니다. 류준열 배우에서 오승훈 배우로 교체된 '락'이 대표적입니다. 오승훈 배우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관객이 이미 특정 얼굴과 질감으로 그 캐릭터를 저장해 뒀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 역시 미드퀄이라는 형식이 태생적으로 안고 가는 약점입니다. 영화 평론 분야에서 속편의 흥행과 완성도 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편 대비 주요 배우 교체가 이뤄진 속편은 관객 몰입도 평가에서 평균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상자료원](https://www.koreafilm.or.kr)).).)

배우의 역량과 캐릭터 붕괴: 좋은 재료, 부족한 요리
조진웅 배우는 이 영화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형사 조원호의 집요함과 독기는 화면에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서 마약 조직을 끝까지 쫓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배우는 열 걸음을 뛸 수 있는 사람인데, 각본이 세 걸음밖에 깔아주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는 열심히 뛰는데 이야기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1편에서 조원호는 치밀하고 집요한 형사였습니다. 그런데 2편에서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장면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설계의 문제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한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그 흐름을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1편과 2편이 시간상 연결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조원호라는 캐릭터의 아크가 일관되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차승원 배우의 브라이언은 미스터리한 인물 설정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미스터리와 애매함은 다릅니다. 미스터리는 관객이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브라이언은 그냥 계속 애매했습니다. 이쪽 같기도 하고 저쪽 같기도 하다가, 결말에서도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건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효주 배우가 맡은 큰칼은 파격적인 캐스팅이었고, 차갑고 날카로운 표정은 분명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의 배경과 동기가 후반부에 가서야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그 전까지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 이입할 시간 자체를 빼앗습니다. 좋은 재료를 가져다 놓고 요리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서 혹평을 받은 이 영화가 넷플릭스 해외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맥락 의존성(context dependency)의 차이로 설명됩니다. 맥락 의존성이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이해하는지가 사전 지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입니다. 1편을 모르는 해외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그냥 하나의 완결된 한국 범죄 액션입니다. 복잡한 인물 관계를 모르니 오히려 단순하게 액션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1편을 잘 아는 국내 관객은 기대치가 높은 상태에서 보니 실망이 컸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 해외 반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편이 없는 신규 시청자일수록 한국 범죄 장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고 완성도 평가도 후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독전2의 근본적인 문제는 1편의 빈틈을 채우겠다는 목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서 제 힘으로 서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점입니다. 퍼즐 조각을 맞추는 데만 신경을 썼는데, 정작 그 퍼즐이 완성되고 나서 한 발짝 물러나 보면 그림이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1편을 보지 않은 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어야 진짜 영화입니다. 차기 시리즈로 드라마 독전 제로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미드퀄보다는 제약이 덜한 구조일 테니 각본 단계에서부터 인과율과 캐릭터 아크를 단단하게 설계해 주기를 바랍니다. 배우들의 역량이 아깝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