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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매일 밤 제 베개를 차지하던 호두를 침대 밖에서 재워보려고 애쓴 일주일

starmini1 2026. 9. 2. 17:12

목차


    호두와 같이 자는 로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룻밤에 서너 번. 호두 때문에 잠에서 깨는 횟수였다.
    처음엔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게 로망이었다. 발치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호두는 얌전히 자는 타입이 아니었다. 한밤중에 베개 옆으로 올라와 얼굴을 꾹꾹 누르고, 머리카락을 물고, 새벽엔 가슴 위에 올라앉아 골골거리며 나를 깨웠다. 귀엽긴 한데 정작 나는 잠을 못 잤다.
    새벽에 다리를 덮치던 습격은 자기 전 사냥 놀이로 어느 정도 잡았지만, 이건 결이 좀 달랐다. 공격이 아니라 애정 표현에 가까워서 더 거절하기가 미안했다. 하지만 매일 밤 깨다 보니 낮 컨디션이 엉망이 됐다.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일주일 동안 침실 문을 닫고, 호두와 따로 자보기로 했다.

    문을 닫기 전에 호두의 자리부터 만들어줬다

    가장 걱정된 건 문을 닫았을 때 문 앞에서 울어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내보내는 게 아니라, 침실 밖에서도 편하게 잘 수 있는 자리를 먼저 만들어주고 나서 문을 닫기로 했다.
    우선 거실에 호두만의 아늑한 잠자리를 마련했다. 포근한 방석을 평소 좋아하는 캣타워 근처에 놓아두었다.
    자기 전 사냥 놀이와 밤참은 그대로 이어갔다. 에너지를 빼고 배를 채워서 재워야 문을 닫아도 밤중에 깨서 보채는 일이 줄어든다.
    그리고 문 앞에서 울어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기로 했다. 한 번이라도 열어주면 '울면 문이 열린다'를 가르치는 꼴이라, 이것만큼은 독하게 지키기로 했다.

    문 앞에서 30분을 울던 호두가 방석에서 잠들기까지

    첫날밤은 예상대로 최악이었다. 문을 닫자마자 호두가 문을 계속 긁고 야옹거리며 30분 넘게 울었다. 마음이 찢어졌지만 여기서 열어주면 다 무너진다는 걸 알기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텼다. 결국 지쳤는지 조용해졌지만, 새벽에 한 번 더 울었다.
    둘째 날은 첫날보다 나았다. 우는 시간이 30분에서 15분 정도로 줄었다. 자기 전 놀이를 더 격하게 시킨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사흘째 밤이 최대 고비였다. 이날은 유독 심하게 울어서 정말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여기서 무너지면 사흘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런 훈련은 중간에 한 번 봐주는 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 고비를 넘기자 확 꺾였다. 나흘째엔 문 앞에서 잠깐 킁킁대다가 몇 분 만에 거실 잠자리로 갔다. 우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닷새째 아침, 나가 보니 호두가 거실 방석에서 자고 있었다. 처음으로 밤새 문 앞에서 보채지 않은 날이었다. 나도 오랜만에 한 번도 안 깨고 통잠을 잤다.
    엿새째부터는 문을 닫아도 별 저항이 없었다. 자기 전 루틴이 끝나면 알아서 거실 자리로 가는 눈치였다.
    그리고 일주일째, 문을 닫는 게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나는 오랜만에 깊이 잤고, 호두도 아침이면 멀쩡하게 나를 반겼다. 따로 자면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게 맞물려 있었다

    일주일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일관성이 전부였다. 사흘째 밤에 딱 한 번만 열어줬어도 아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이 훈련만큼은 '오늘만 봐주자'가 독이었다. 가족 모두가 밤에 문을 열어주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도 중요했다.
    자기 전 루틴을 건너뛴 날은 여지없이 힘들었다. 사냥 놀이로 몸을 지치게 하고 배를 채워야 문을 닫아도 조용했다. 이게 빠지면 밤중에 깨서 울었다. 결국 따로 자기는 사냥 놀이 훈련과 한 세트였다.


    거실 잠자리 위치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처음엔 너무 휑한 곳에 방석을 놨더니 안 썼다. 벽에 붙어 있고 살짝 몸을 숨길 수 있는 아늑한 구석으로 옮기니 그제야 거기서 잤다. 호두는 탁 트인 곳보다 안정감 있는 자리를 좋아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밤에 유독 심하게 울거나 평소와 다른 소리를 낸다면 단순히 따로 자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어딘가 아프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나는 시작하기 전에 별다른 건강 이상이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울음이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면 훈련을 잠시 멈추고 상태부터 살피는 게 먼저다.

    낮잠 시간만큼은 아직 침대를 같이 쓴다

    밤에는 확실히 따로 자게 됐고, 덕분에 나도 호두도 각자 푹 잔다. 걱정과 달리 사이가 멀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잘 자고 컨디션이 좋아지니 낮에 더 신나게 놀아줄 수 있게 됐다.
    사흘 동안의 죄책감은 꽤 컸지만, 서로 푹 자고 맞는 아침이 그보다 훨씬 좋았다.
    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완벽하게 따로 사는 집사는 못 됐다. 주말 낮잠 시간이면 아직도 마음이 약해져서 호두를 침대로 부른다. 밤에는 각자, 낮잠은 같이. 지금 우리 집에 딱 맞는 타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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