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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새 장난감도 사흘이면 시들하던 고양이, 낚싯대 흔드는 방법만 바꿨더니 열흘 동안 다시 신나했어요

starmini1 2026. 9. 6. 21:10

목차


    안 갖고 노는 장난감만 늘어갔다

    거실 한쪽에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이 하나둘 쌓여갔다.
    처음엔 분명 낚싯대만 꺼내면 호두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었다. 그런데 며칠 같은 방식으로 놀아주니 반응이 뚝 떨어졌다. 낚싯대를 흔들어도 슬쩍 보고는 그냥 엎드려버리는 날이 늘었다. 공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발로 툭툭 치며 잘 놀더니, 어느새 굴려줘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동안 무는 버릇이며 새벽 습격까지 많은 걸 사냥 놀이로 풀어왔는데, 정작 그 놀이에 호두가 질려버린 것이다.
    새 장난감을 사주면 될까 싶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새것도 사흘이면 시들해졌다. 계속 사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장난감 개수가 아니라, 내가 매번 똑같이 놀아준 것 아닐까? 그래서 이미 갖고 있는 낚싯대와 공, 이 두 가지로 노는 방식만 바꿔가며 열흘 동안 지켜보기로 했다.

    같은 낚싯대로 새도 되고 쥐도 되어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사냥할 때 노리는 대상은 다양하다. 하늘의 새, 풀숲의 벌레, 바닥의 쥐. 그렇다면 같은 낚싯대라도 이런 사냥감처럼 움직여주면 매번 다른 놀이로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놀이 방식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새 놀이는 낚싯대를 공중에서 파닥거리며 높이 날듯 움직여서 호두가 위로 점프하게 만든다
    벌레 놀이는 바닥을 사사삭 기어가듯 움직이며, 가구 밑으로 숨었다 나왔다 한다.
    쥐 놀이는 바닥에 딱 붙여 빠르게 끌고 다니다가, 모퉁이 뒤로 잽싸게 숨긴다.
    튕기는 공은 그냥 굴리는 게 아니라 벽에 튕기거나 좁은 통로로 굴려서 어디로 갈지 모르게 만든다.
    숨긴 공은 종이봉투나 상자 안에 공을 넣어, 앞발을 넣어 꺼내게 하는 머리 쓰는 사냥이다.
    이 다섯 가지를 매일 조합을 바꿔가며 열흘 동안 반응을 적어두었다.

    어제와 다른 움직임에 호두가 다시 눈을 반짝였다

    첫날은 새 놀이였다. 낚싯대를 높이 파닥이니 오랜만에 뒷발로 서서 점프했다. 요즘 시들했던 걸 생각하면 반응이 확 살아났다.
    이튿날엔 벌레 놀이로 바꿨다. 바닥을 기어가듯 움직이자 몸을 낮추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진짜 사냥 자세를 잡았다. 어제와 다른 움직임에 확실히 새롭게 반응했다.
    사흘째는 원래라면 슬슬 질릴 때였는데, 쥐 놀이로 모퉁이 뒤에 숨기니 오히려 더 빠져들었다.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지는 게 사냥 본능을 강하게 건드리는 것 같았다.


    나흘째는 공을 꺼냈다. 벽에 튕겨 어디로 갈지 모르게 굴리니, 예전에 시큰둥하던 공에 다시 관심을 보였다. 튕겨 나오는 방향을 못 맞히고 허둥대는 모습이 귀여웠다.
    닷새째엔 숨긴 공을 해봤다. 종이봉투에 공을 넣어주니 앞발을 쑥 넣어 꺼내려고 한참을 낑낑댔다. 몸으로 뛰는 사냥이 아니라 머리 쓰는 사냥이라, 격하게 놀지 않고도 오래 집중했다.


    그다음 이틀은 여러 방식을 섞었다. 벌레로 시작해 흥분시킨 뒤 새로 점프를 유도하고, 마지막엔 낚싯대를 잡게 해 주고 끝냈다. 한 번 놀 때 변화를 주니 중간에 지루해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여드레째쯤 되니 호두가 유독 좋아하는 방식이 보였다. 쥐처럼 숨기는 걸 제일 좋아했고, 새 놀이 점프는 컨디션 좋은 날만 반응이 좋았다. 그날 기분에 맞는 놀이를 고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열흘째. 새 장난감을 하나도 안 샀는데, 놀이에 대한 흥미는 오히려 처음보다 살아 있었다. 방식을 돌려 쓰는 것만으로 질리는 걸 꽤 늦출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질린 건 장난감이 아니라 내 손놀림이었다

    열흘 동안 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호두가 질린 건 장난감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같은 낚싯대라도 움직임이 뻔하면 지루해했고, 움직임을 바꾸면 다시 새 장난감처럼 반응했다. 매번 똑같이 흔들어준 내 탓이 컸다.
    가장 잘 통한 건 숨었다가 사라지는 움직임이었다. 눈앞에서 계속 얼쩡대는 것보다, 모퉁이나 봉투 뒤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게 훨씬 더 사냥 본능을 자극했다.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재미의 핵심이었다.


    놀이에도 쉬어가는 날이 필요했다. 매일 격한 점프만 시키니 오히려 지쳐서 반응이 떨어지는 날이 있었다. 봉투 속 공 꺼내기처럼 힘이 덜 드는 놀이를 섞어주니, 체력은 아끼면서 집중은 이어졌다.
    그리고 장난감 안전은 꼭 챙겨야 한다. 낚싯대 줄이나 공에서 작은 부품이 떨어져 나오면 삼킬 위험이 있다. 특히 낚싯대는 놀이가 끝나면 반드시 호두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둔다. 줄을 삼키면 위험할 수 있어서, 놀 때만 꺼내 쓰는 습관을 들였다.

    열흘 동안 새 장난감은 하나도 사지 않았다

    솔직히 장난감을 계속 사주는 게 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열흘 동안 새것 하나 없이도 호두의 흥미는 살아 있었다. 필요한 건 더 많은 장난감이 아니라 더 다양한 움직임이었다.
    고양이에게 놀이의 재미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이 얼마나 진짜 사냥감처럼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었다. 같은 낚싯대를 새처럼, 벌레처럼, 쥐처럼 움직여주는 것만으로 장난감 하나가 여러 개가 됐다.
    요즘 호두와 놀 때 내가 먼저 고민하는 건 '오늘은 뭘로 놀까'가 아니라 '오늘은 뭐가 되어볼까'다. 새가 될지, 벌레가 될지, 쥐가 될지는 그날 호두 기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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