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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던 캣타워를 창가로 옮겼더니 호두의 하루가 달라졌어요

starmini1 2026. 9. 2. 20:10

목차


    큰맘 먹고 산 캣타워가 거실 장식품이 됐다

    거실 구석에 커다란 장식품이 하나 있었다. 큰맘 먹고 산 호두의 캣타워다.
    높이도 있고 볼도 달린 걸로 나름 신경 써서 고른 제품이었다. 그런데 웬걸, 호두가 거의 쓰질 않았다.
    처음 며칠은 신기해서 오르내리더니 금방 흥미를 잃었다. 꼭대기는 며칠에 한 번 올라갈까 말까였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나 바닥에서 보냈다.
    캣타워는 거실 안쪽, 벽을 등진 좀 어두운 구석에 놓여 있었다. 자리가 애매해서인지, 볼 게 없어서인지 도통 관심을 안 줬다. 그러다 문득 호두가 늘 창틀에 올라가 바깥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캣타워를 창가로 옮기면, 바깥 구경을 하면서 저 위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흔히 '캣티브이'라고 부르는 창밖 풍경을 캣타워와 합쳐보기로 했다.

    다른 건 그대로 두고 자리만 옮겨봤다

    변화를 분명하게 보고 싶어서, 다른 건 전부 그대로 두고 캣타워 위치만 창가로 옮겼다. 새 장난감을 더하거나 간식으로 유도하지도 않았다.
    캣타워는 창밖이 잘 보이는 곳에 딱 붙여 세웠다. 꼭대기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과 지나가는 새, 사람들이 보이도록 각도를 맞췄다.
    지켜본 건 캣타워에 머무는 시간, 하루 동안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그리고 잠자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였다. 옮기기 전 며칠과 옮긴 후 열흘 남짓을 비교했다.

    창밖을 발견한 순간 호두의 자세가 달라졌다

    옮기기 전, 캣타워는 없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옮기기 전 며칠 동안 캣타워에 올라간 건 하루 한두 번, 그것도 잠깐이 전부였다. 낮 시간 대부분은 소파에서 자거나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옮긴 첫날부터 조심조심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창가로 옮기자마자 반응이 왔다. 자리가 바뀐 게 신기했는지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며 여기저기 살폈다. 그러다 꼭대기에 올라가 창밖을 발견한 순간, 자세가 달라졌다. 몸을 낮추고 바깥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니 아침 첫 일과가 창밖 구경이 됐다

    사흘째쯤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캣타워 꼭대기로 올라가 창밖을 구경하는 게 하루의 첫 일과가 됐다. 새가 지나가면 채터링을 하며 푹 빠져 있었다. 소파에서 멍하니 보내던 시간이 창밖을 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열흘쯤 되자 하루가 캣타워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열흘쯤 되니 캣타워가 호두 하루의 중심이 됐다. 아침엔 창밖 구경, 낮엔 볼에서 햇볕 받으며 낮잠, 저녁엔 다시 창밖 구경. 소파와 바닥을 전전하던 예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낮잠이 깊어지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줄었다

    열흘 남짓 지켜보며 눈에 띈 변화가 있다.
    낮잠부터 달라졌다. 예전엔 소파에서 얕게 자다 자주 깨는 느낌이었는데, 창가 볼에서 햇볕을 받으며 자는 낮잠은 훨씬 깊고 길어 보였다. 호두는 따뜻한 자리에서 자는 걸 확실히 좋아했다.
    낮에 멍하니 늘어져 있는 시간도 줄었다. 창밖이라는 볼거리가 생기니, 하염없이 누워 있기보다 바깥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 안에서만 지내는 고양이에게 창밖 구경이 얼마나 좋은 자극인지 실감했다.
    밤잠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낮에 적당히 움직이고 볕도 쬐어서인지 밤에 좀 더 푹 자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 시기엔 다른 훈련들도 함께 하고 있어서 온전히 캣타워 덕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래도 낮과 밤의 리듬이 또렷해진 건 분명했다.
    예상 못 한 단점도 있었다. 창가라서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 새벽엔 외풍이 든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볼에 쿠션을 깔아주거나, 햇볕이 너무 강한 한낮엔 커튼을 반쯤 쳐주는 식으로 조절이 필요했다. 창가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었다.

    호두가 싫어한 건 캣타워가 아니라 그 자리였다

    호두가 캣타워를 안 쓴 건 그 물건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놓인 자리에 매력이 없었을 뿐이다. 위치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애물단지가 하루 종일 머무는 최애 공간이 됐다.
    고양이 용품은 '무엇을 사주느냐'만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같은 캣타워라도 어두운 구석에 있을 때와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새가 왔다는 걸 제일 먼저 아는 건 호두다. 창가 꼭대기에서 채터링 소리가 들리면, 아 또 새가 지나가는구나 한다. 거실 구석에 서 있던 장식품이 이제는 우리 집 전망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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