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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츄르에 섞어도 알약만 쏙 뱉어내서, 결국 직접 먹이고 바로 츄르를 준 열흘

starmini1 2026. 9. 21. 11:20

목차


    츄르는 비었는데 알약만 바닥에 남아 있었다

    '까짓것, 츄르에 섞으면 되지.'
    호두가 아파서 며칠 동안 알약을 먹여야 했다. 병원에서 약을 받아 나오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호두는 츄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그런데 첫날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약을 츄르에 푹 파묻어 내밀었더니, 신나게 핥아먹다가 약만 귀신같이 골라내 뱉어버렸다. 츄르는 싹 비웠는데 알약만 바닥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몇 번을 다시 해봐도 똑같았다. 혀로 약을 밀어내는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고양이는 냄새와 맛에 예민해서, 아무리 좋아하는 간식이라도 낯선 게 섞이면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츄르로 감쪽같이 속이는 건 호두에겐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섞기 전에 병원에 먼저 물어봤다

    방법을 바꾸기 전에 병원에 한 가지를 먼저 물어봤다. 이 약을 음식에 섞거나 가루로 갈아서 먹여도 되는지.
    알고 보니 이게 중요한 문제였다. 약 중에는 코팅이 되어 있어 갈면 안 되는 것, 공복에 먹어야 하는 것, 특정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떨어지는 것도 있다고 한다. 약마다 먹이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간식에 섞기 전에 꼭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호두가 먹는 약은 음식과 함께 먹여도 되는 종류였다. 확인을 받고 나서야 마음 놓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세 번째 방법에서야 답을 찾았다

    통째로 섞었더니 약만 골라 뱉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알약을 그대로 츄르에 섞는 건 완패였다. 약만 쏙 골라내고 츄르만 먹었다.

    가루로 갈았더니 이번엔 쓴맛이 문제였다

    통알약이라 걸리적거리나 싶어서, 약을 곱게 갈아 츄르에 개어봤다. 가루라서 골라내지는 못했으니 조금은 나았다.
    그런데 이번엔 츄르에서 쓴맛이 나는지, 몇 번 핥다가 인상을 쓰며 남겨버렸다. 약을 가루로 내니 쓴맛이 츄르 전체에 퍼진 것이다. 게다가 남기면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큰 단점도 있었다.

    직접 먹이고 곧바로 츄르를 줬더니 통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돌아왔다. 알약을 직접 입에 넣어 먹이는 것. 대신 그냥 먹이면 약을 더 싫어하게 될 테니, 먹인 직후 곧바로 츄르를 주기로 했다.
    핵심은 순서였다. 츄르로 속이는 게 아니라, 약을 먹고 난 뒤의 상으로 츄르를 주는 것. 그러자 '약을 먹으면 바로 츄르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고, 며칠 지나자 약 먹는 것 자체를 덜 싫어하게 됐다.

    버둥대던 호두가 츄르 생각에 먼저 다가오기까지

    처음 이틀은 츄르에 섞는 방법이 모두 실패한 날들이었다. 약만 뱉거나 남겨서, 제대로 못 먹인 것 같아 마음을 졸였다.
    사흘째부터 직접 먹이기로 바꿨다. 처음엔 손이 서툴러 고생했고, 호두도 놀라서 버둥댔다. 하지만 먹이자마자 츄르를 주니 약 먹은 건 잊은 듯 츄르에 집중했다.
    나흘째쯤부터 요령이 조금 생겼다. 약을 최대한 빠르게 넣고 곧바로 츄르. 호두도 약 다음엔 츄르라는 걸 알아가는 눈치였다.


    일주일쯤 되자 확실히 수월해졌다. 약 먹일 자세를 잡아도 예전만큼 심하게 버티지 않았다. 츄르가 확실히 나온다는 걸 아니까, 체념 반 기대 반인 느낌이었다.
    마지막 며칠은 거의 일상이 됐다. 약을 먹이고 츄르를 주면, 오히려 츄르 먹을 생각에 먼저 다가오기도 했다. 첫날의 난리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였다.

    츄르는 미끼가 아니라 상이 되어야 했다

    열흘 동안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츄르로 속이는 방법이 모든 고양이에게 통하진 않는다. 예민한 아이는 간식 속 약을 기가 막히게 골라낸다. 남들은 다 된다는 방법이 우리 아이에겐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빨리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았다.
    속이는 것보다 상을 주는 쪽이 호두에겐 맞았다. 약을 몰래 숨기는 대신, 약을 먹으면 좋은 게 따라온다는 걸 알려주니 결국 덜 버텼다. 츄르를 미끼에서 상으로 바꾼 게 핵심이었다.


    먹은 양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했다. 음식에 섞으면 남겼을 때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없다. 정해진 양을 정확히 먹어야 하는 약일수록 직접 먹이는 게 오히려 확실했다.
    그리고 알약을 직접 먹일 때는 방법이 정말 중요하다. 고개를 살짝 위로 젖히고 목 안쪽에 약을 넣은 뒤, 입을 다물게 하고 코에 살짝 바람을 불거나 목을 부드럽게 쓸어 삼키게 한다. 무리하게 깊이 밀어 넣거나 발버둥 칠 때 억지로 하면, 사레가 들리거나 약이 기도로 넘어가 위험할 수 있다. 약을 먹인 뒤엔 물이나 츄르를 조금 주면 약이 식도에 걸리지 않고 잘 내려간다. 자꾸 실패한다면 병원에서 먹이는 법을 직접 배우거나, 알약을 넣어주는 투약 도구(필 건)를 써도 되는지 상담해 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처방받은 약은 정해진 양과 기간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좀 나아 보인다고 마음대로 끊으면 안 된다.

    츄르로 속이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이 글은 츄르로 감쪽같이 속였다는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속이는 데 실패한 기록에 가깝다. 호두는 츄르 속 약을 절대 그냥 넘어가 주지 않았다.
    그래도 그 실패 덕분에 우리 집에 맞는 방법을 찾았다. 약은 직접 먹이고, 바로 츄르로 기분을 풀어주는 것. 속이는 대신 상을 주니, 열흘 뒤엔 약 먹이는 일이 전쟁에서 일상이 됐다.
    처음 약 봉투를 받아 들었을 때의 '까짓것'은 첫날 만에 무너졌다. 대신 열흘 뒤엔 조금 다른 의미의 '까짓것'이 남았다. 약 먹는 일쯤이야, 이제 호두와 나 사이에선 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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