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 같은 과자 하나로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들어가면서 솔직히 이건 그냥 애들 용 영화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니 제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원작 누적 판매 1,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든 K-패밀리 무비,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 이야기입니다.
닥터꿀잼 세트가 보여준 것, 소원과 선택 사이
전천당에는 손님마다 다른 과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중 제가 극장에서 가장 눈을 떼지 못했던 장면은 꼬마 창이가 닥터꿀잼 세트를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아픈 엄마를 고쳐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게를 찾아온 아이에게, 주인 홍자(라미란 분)는 과일 맛 약과 의사 가운, 안경이 담긴 세트를 단돈 100원에 건넵니다.
여기서 이 영화가 사용하는 서사 장치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구조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에 해당합니다. 캐릭터 아크란 인물이 이야기를 거치며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여정을 의미합니다. 창이는 닥터꿀잼 세트를 통해 단순히 능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의사라는 꿈을 향한 자신감을 얻습니다. 세트를 착용하자 엄마의 두통이 나아지고, 창이는 처음으로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과자가 다 사라진 뒤에도 홍자는 세트를 기념으로 간직하게 해 줍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건 과자의 힘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인 거라고요.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에서 교훈이 담기는 건 당연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창이의 에피소드가 단순한 교훈극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도구보다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선택의 문제를 꽤 솔직하게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몬스터드링크와 박도담, 공감이 불편한 이유
저는 개인적으로 박도담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왕따를 당하던 도담이 전천당 고양이를 따라 가게에 들어서고, 몬스터드링크에 시선을 빼앗기는 장면은 영화 속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공감이 들었습니다.
도담은 베니코에게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드링크를 전부 마십니다. 여기서 몬스터드링크는 영화적 메타포(Metaphor)로 기능합니다. 메타포란 하나의 대상을 통해 다른 의미나 개념을 전달하는 표현 방식인데, 이 드링크는 분노와 힘에 대한 욕망을 상징합니다. 야수의 감각이 깨어나고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제압한 도담은 희열을 느끼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선생님에게 제지당한 순간 억울함이 터지고, 펜던트에서 늑대 털과 송곳니가 돋아나며 사냥감을 찾으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이상해진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는 장면도 저는 꽤 인상 깊게 봤습니다. 화황당의 욕망의 과자는 단기적인 쾌감을 제공하지만, 그 부작용은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구조입니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이는 즉각적 보상(Immediate Reward)의 함정을 다루는 서사입니다. 즉각적 보상이란 장기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눈앞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심리를 뜻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삶의 만족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https://www.koreanpsychology.or.kr)).).)
도담의 이야기가 불편하게 공감되는 건, 억울한 상황에서 힘을 원하는 마음이 잘못됐다고 누구도 쉽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이 영화가 단순한 동화의 선을 살짝 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라미란(홍자 역)과 이레(요미 역)의 캐릭터 싱크로율 연기 대결
- 전천당과 화황당이 대결하는 세계관 구조
- 손님마다 다른 과자와 그 선택의 결과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형 서사
- 시각적 세트와 소품으로 구현된 동화적 미장센(Mise en scène), 즉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들의 조화

가족영화로서의 전천당, 어른에게도 통하는가
K-패밀리 무비라는 장르 레이블을 달고 나온 영화들은 종종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삼으면서 어른은 들러리처럼 앉아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이 TV 애니메이션으로 보던 이야기를 영화로 확장한 것치고는, 어른 관객도 나름의 층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구조적 한계도 있습니다. 손님이 찾아와 소원을 빌고 교훈을 얻는 에피소딕 구성(Episodic Structure)이 반복됩니다. 에피소딕 구성이란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각각의 이야기는 완결되지만 전체 서사가 하나의 긴장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반부터는 다음 장면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고, 홍자라는 캐릭터의 배경이나 전천당의 세계관이 더 깊이 있게 펼쳐졌다면 어른 관객에게 더 큰 여운을 남겼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알록달록한 소품과 과자들로 채워진 화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동화책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줬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읽은 판타지 소설에서 느끼던 그 설렘이 잠깐 되살아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동 대상 판타지 서사가 어른에게도 정서적 회복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를 내러티브 몰입(Narrative Transportation)이라고 부릅니다. 내러티브 몰입이란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며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저는 나라면 전천당에서 어떤 과자를 골랐을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제 마음속에 뭔가를 건드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깊은 반전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동화 한 편을 보듯 마음을 내려놓고 앉아 있으면, 생각보다 따뜻하게 나오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아이와 "나라면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이야기 나눠보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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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youtu.be/BN_twCW2 IZk? si=E2 aNd3 KxZKN-9 Y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