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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유목민 14년, 정답은 '물 온도'에 있었다
지루성 두피염이라는 지독한 불치병을 안고 살아온 지 벌써 14년 차입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제 욕실 선반을 스쳐 지나간 샴푸만 해도 족히 30개는 넘을 겁니다. 두피 장벽을 지켜준다는 약산성 샴푸부터, 비싼 돈 주고 산 탈모 전용 샴푸, 기름기를 쫙 빼준다는 뽀득한 지성용 샴푸, 그리고 피부과에서 추천하는 지루성 전용 샴푸까지 온갖 제품을 다 써보았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제 두피에 진짜 평화를 가져다준 샴푸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돌이켜보면 수십만 원의 아까운 돈만 허공에 날린 것 같은 허무한 기분이 듭니다.
샴푸로는 도저히 이 지독한 가려움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좌절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두피염 환자들을 위한 글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비싼 샴푸를 찾기 전에 머리를 감을 때 물의 온도를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낮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당장 샤워기 온도를 미지근하게 조절해 머리를 감아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머리를 말린 후 찢어질 듯한 건조함과 가려운 증상이 눈에 띄게 확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울철의 유혹, 뜨거운 물이 부른 뾰루지 대참사
그렇게 '미지근한 물 세정'이라는 저만의 확실한 구원책을 찾았다고 기뻐했지만, 매서운 겨울철이 찾아오자 얄궂은 시련이 닥쳤습니다.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덜덜 떨며 욕실에 들어가 미지근한 물로 머리를 감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더라고요.
결국 어느 날은 그 지독한 추위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얼어붙은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펄펄 끓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머리까지 동시에 벅벅 감아버렸습니다. 뜨끈한 열기에 그 순간만큼은 천국 같았지만, 달콤했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두피가 미친 듯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뜨거운 물에 심하게 자극을 받았는지 다음 날 곧바로 아프고 붉은 뾰루지들이 두피 곳곳에 솟아올랐습니다. 아무리 춥더라도 머리를 감을 때만큼은 무조건 미지근한 물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대참사였습니다.
"단 10분의 따뜻함을 위해 뜨거운 물을 선택한 대가는 일주일간의 피딱지와 가려움이었습니다. 내 두피를 위한 적정 온도는 계절이나 추위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찬물 vs 미지근한 물 vs 뜨거운 물, 두피의 반응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물의 온도는 지루성 두피염의 악화와 호전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찬물 세정과 제가 직접 겪어본 온도별 두피의 반응을 낱낱이 비교해 보았습니다.
| 세정 온도 | 장점 및 두피 반응 | 치명적인 단점 및 한계 |
|---|---|---|
| 찬물 (20도 이하) | 염증의 열감을 즉각적으로 내리고 극심한 가려움을 일시 마취함 | 굳은 피지와 유분 노폐물이 전혀 녹지 않아 모공을 꽉 막아버림 |
| 미지근한 물 (체온 비슷) | 자극 없이 노폐물만 부드럽게 제거하여 유수분 밸런스 완벽 유지 | 한겨울에는 체감상 다소 춥게 느껴져 꾸준히 실천하기에 곤혹스러움 |
| 뜨거운 물 (38도 이상) | 추운 날씨에 굳어있는 몸의 피로와 긴장을 기분 좋게 풀어줌 | 필수 유분막을 완전히 파괴하여 사막화 유발 및 보상성 피지 폭발 |

겨울철, 춥지 않게 두피를 지키는 현실적인 꿀팁
그렇다면 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철에는 도대체 어떻게 씻어야 할까요?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방법은 바로 '몸과 머리의 세정 온도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몸을 씻을 때는 평소처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여 굳어있는 근육을 충분히 녹여줍니다. 그리고 샴푸를 할 때는 옷을 입은 채로 세면대에 상체를 숙이고, 내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틀어 오직 머리만 따로 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온몸이 추위에 떨 일도 없고, 소중한 두피도 뜨거운 열기 폭격을 피해 안전하게 밸런스를 지킬 수 있습니다. 매번 머리를 따로 감는 것이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뜨거운 물에 씻고 나서 겪어야 하는 그 끔찍한 뾰루지 지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습니다. 비싼 샴푸를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오늘 밤부터 당장 욕실 수전의 온도부터 미지근하게 내려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무리로 찬물 헹굼을 하면 두피 건강에 더 좋은가요?
모공을 수축시킨다는 속설이 있으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예민한 지루성 두피에 오히려 큰 자극을 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미지근한 물의 정확한 온도는 어떻게 맞춰야 하나요?
손등이나 팔뚝 안쪽에 흐르는 물을 대보았을 때 '앗 차가워'나 '아 따뜻하다'가 아닌, 내 체온과 비슷하여 물의 온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30~35도 사이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겨울에 미지근한 물로 씻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신 샤워와 샴푸를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욕실을 미리 따뜻하게 데워두고, 머리를 감은 직후에는 곧바로 수건으로 감싸 찬바람으로 두피 안쪽부터 빠르게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