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이 "위키드 봐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보셔도 됩니다. 단, 미리 알아두면 훨씬 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도 뮤지컬을 거의 모르는 상태로 극장에 들어갔다가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뮤지컬 영화 입문자가 알아야 할 것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20년 넘게 공연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합니다. 여기서 브로드웨이(Broadway)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업 연극·뮤지컬 공연 지구를 의미하며, 전 세계 공연 예술의 기준점으로 통합니다. 그 오랜 원작이 드디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고 나서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뮤지컬이라는 장르구나"였습니다. 배우들이 대사 도중 갑자기 노래를 시작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뮤지컬 영화에서는 넘버(Number)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넘버란 뮤지컬에서 각각의 노래 장면을 부르는 단위를 의미합니다. 일반 영화의 OST와는 다르게, 넘버는 그 자체가 대사이자 감정 표현이자 서사 전달의 수단입니다. 위키드의 클라이맥스인 "Defying Gravity"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엘파바의 결심 전체를 압축한 장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점을 미리 알고 가시는 것이 훨씬 몰입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prequel)로,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룬 전편을 의미합니다. 오즈의 세계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을수록 감동이 배가 됩니다. 같이 영화를 본 지인이 "예쁘긴 한데 뭔가 빠진 느낌"이라고 했는데, 오즈의 마법사를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 캐스팅의 명과 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글린다를 이렇게 잘 소화할 줄은 몰랐습니다.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글린다의 허영기 가득한 모습을 표정 하나하나로 살려냈고, 보컬 실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작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화면에서 자꾸 "글린다"가 아니라 "아리아나 그란데"가 보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슈퍼스타 팝 가수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인상이 캐릭터 몰입을 살짝 방해했습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스타 캐스팅(star casting)이라고 부릅니다. 스타 캐스팅이란 연기력보다 인지도와 흥행성이 높은 유명인을 주요 배역에 기용하는 전략입니다. 흥행에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몰입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시아 에리보는 달랐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Defying Gravity"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극장 안에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모두가 집중하고 있었고, 노래가 끝났을 때 뭔가 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신시아 에리보는 엘파바 그 자체였습니다. 두 배우 사이의 이 온도 차가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위키드는 2024년 뮤지컬 영화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으며,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 영화로는 역대 최고의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달성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https://www.boxofficemojo.com)).).) 이 수치가 말해주듯 캐스팅 전략은 흥행 면에서는 완벽하게 통했습니다.
2부작 구조, 미리 알고 가야 하는 이유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극장에서 "Defying Gravity"가 울려 퍼지며 화면이 끝났을 때, 순간 "어, 이게 끝이야?"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야기가 절정에 올라가다가 뚝 끊기는 구조는 한 편의 영화로서 완결성을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는 분명히 불친절합니다.
위키드는 뮤지컬 원작의 1막에 해당하는 내용만 담고 있으며, 2막에 해당하는 후편 《위키드: 포 굿》은 2025년 11월에 개봉했습니다. 영화로 치면 전반부만 먼저 개봉한 셈입니다. 이런 구조를 투 파트 필름(two-part film)이라고 하는데, 투 파트 필름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두 편의 독립된 영화로 나눠 개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해리 포터, 헝거게임 등에서 활용된 방식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돈 내고 절반만 보는" 느낌이 남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러닝타임 160분이라는 긴 시간도 이 구조와 맞물려 문제가 됩니다. 뮤지컬 1막 분량만 담았는데 2시간 40분이라는 것은,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늘어난 장면들이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중반부에 학교생활 장면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실제로 주변 관객 중 몇 분이 폰을 꺼내 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도 그 구간에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졌습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위키드를 2024년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했고([출처: AFI](https://www.afi.com)),),) 제82회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분명히 높습니다. 그러나 평론가와 일반 관객이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고,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반 관객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2부작 구조를 알고 가면 마음 준비가 됩니다. 모르고 가면 찝찝함이 남습니다. 이 한 가지 정보가 관람 경험을 꽤 크게 바꿉니다.
뮤지컬을 모르는 관객도 즐길 수 있는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뮤지컬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즐기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뮤지컬을 아는 분이라면 오즈의 세계관, 각 넘버의 의미, 복선까지 모두 읽으면서 보겠지만, 뮤지컬을 모르는 분이라도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가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는,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마음에 닿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감정이라 공감이 됩니다.
비주얼 면에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에메랄드 시티의 화면은 실제로 극장에서 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입니다. 이런 시각적 스펙터클을 위해 감독 존 M. 추는 미쟝센(mise-en-scène)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는데, 미쟝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대 뮤지컬에서는 물리적 한계로 표현할 수 없었던 공간감과 클로즈업 감정 표현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롭게 살아났습니다.
이런 장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뮤지컬 원작 팬: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디테일과 감정 표현을 새롭게 경험
- 뮤지컬 입문자: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 서사, 화려한 비주얼로 충분히 감동 가능
- 가족 관객: 전체 관람가 등급,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동화적 세계관
- 음악 팬: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라이브 수준 보컬 퍼포먼스
결국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이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는 작품입니다.
위키드는 잘 만든 영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닐 수 있습니다. 저처럼 뮤지컬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를 간단히 확인하고, 2부작 구조임을 인지한 다음 극장에 가시길 권합니다. 그 준비만 되어 있다면, "Defying Gravity"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만큼은 극장 화면과 음향으로만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