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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자
    영화 옥자

    솔직히 저는 옥자를 꽤 가벼운 마음으로 틀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밥 먹고 뒹굴다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넷플릭스를 켠 게 전부였으니까요.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면 일단 재생부터 하고 보는 편이라 고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와 거대한 동물이 자본과 산업의 논리 앞에서 갈라지는 이야기가,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곳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병치연출 — 따뜻함과 냉혹함을 섞지 않는 용기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장르적 혼종성(genre hybridity)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여기서 장르적 혼종성이란 모험, 드라마, 풍자, 스릴러 같은 서로 다른 장르의 정서를 한 작품 안에 뒤섞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기법은 장면마다 감정을 교차 배치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옥자는 조금 달랐습니다.

    초반의 강원도 산골 장면들은 순도 높게 따뜻합니다. 미자와 옥자가 함께 뛰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그냥 웃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도축 공정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 온도가 완전히 끊겨버립니다. 봉준호 감독은 두 정서를 뒤섞거나 완충재를 넣지 않습니다. 그냥 정직하게 병치(juxtaposition)합니다. 병치란 대비되는 두 요소를 연결 없이 나란히 놓아 그 낙차 자체를 의미로 만드는 연출 기법입니다.

    미자가 도축장 안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저와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과장된 음악도, 슬로모션도 없었습니다. 그 절제 때문에 오히려 더 무거웠습니다. 영화학에서는 이런 방식을 감정적 절제(emotional restraint)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관객의 감정을 음악이나 편집이 아닌 상황 자체로만 끌어올리는 전략입니다. 그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보고 나서도 며칠 동안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이 연출 방식의 효과는 수치로도 뒷받침됩니다. 옥자는 2017년 넷플릭스 공개 당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출처: 칸 영화제 공식 사이트),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적 시선이 전 세계 관객에게 통한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감동 코드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신파적 연출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옥자는 그 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 초반부와 후반부의 정서를 의도적으로 분리해 낙차를 극대화하는 병치연출 사용
    • 음악·편집 대신 상황 자체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감정적 절제 전략
    • 신파적 동물 영화의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연출 태도
    •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으로 확인된 글로벌 비평적 인정
    요약: 옥자의 핵심은 따뜻함과 냉혹함을 섞지 않고 정직하게 병치하는 연출에 있으며, 그 절제가 감정의 무게를 오히려 더 크게 만든다.

     

    자본주의 비판과 CG 한계 — 메시지는 강하고, 기술은 아쉬웠다

    옥자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합니다. 누군가에게 상품(commodity)인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일 때, 그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상품화(commodification)란 생명이나 관계처럼 본래 교환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을 시장 논리에 맞게 숫자로 치환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옥자를 다루는 방식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그 온도 차이였습니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미란도 대표는 옥자를 브랜드 마케팅의 도구로 봅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맡은 캐릭터는 그것조차 희화화합니다. 반면 미자는 옥자 없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같은 존재를 두고 이렇게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구조는,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관념이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자연, 벌레 하나까지도 괜스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오래 남는 메시지였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옥자의 시각효과(VFX, Visual Effects) 처리가 곳곳에서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제 촬영 장면에 가상의 요소를 합성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옥자처럼 거대한 CG 생명체를 실사 배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매우 난도가 높은 작업입니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 수준의 VFX 예산이라면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2017년 기준 옥자의 제작비 규모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몰입해야 할 타이밍에 CG라는 게 티 나는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살짝 거리감이 생겼던 건 사실입니다.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방식인 스트리밍 퍼스트(streaming first) 전략, 즉 극장 개봉보다 온라인 플랫폼 공개를 우선시하는 배급 방식으로 공개된 초기 사례이기도 합니다. 당시 칸 영화제에서 이 방식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은(출처: The Guardian, 2017) 영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 작품이 얼마나 앞서 반영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술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옥자가 던지는 질문 자체의 무게는 그것을 충분히 덮고도 남았습니다.

    요약: 생명의 상품화라는 묵직한 자본주의 비판 메시지는 강력하지만, VFX의 기술적 한계가 몰입을 간헐적으로 방해하는 아쉬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옥자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넷플릭스 구독 계정이 있으면 별도 추가 비용 없이 바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공개 이후 현재까지 넷플릭스에서 제공 중입니다.

     

    Q. 옥자가 동물 보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영화인가요?

    A. 단순한 동물 우화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넓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상품과 숫자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겨냥하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동물 보호 메시지는 그 논리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Q. 옥자의 CG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답게 높은 퀄리티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몇몇 장면에서 CG라는 게 눈에 띄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옥자가 실사 배우와 근접해 있는 장면에서 질감 차이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완전히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Q.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초반부는 충분히 가족 친화적이지만, 후반부의 도축 공정 장면은 어린아이에게 다소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라면 함께 보기 전에 내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오히려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결론

    별생각 없이 시작한 하루에 옥자를 본 건 꽤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병치연출은 따뜻함과 냉혹함을 뒤섞지 않고 그대로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관객이 그 낙차를 온몸으로 받아내게 만듭니다. VFX의 기술적 한계라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 누군가의 전부인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온도 차이 — 은 보고 나서도 한참을 따라다닙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가볍게 틀어두지 말고, 잠깐이라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잡아 보시길 권합니다. 초반 30분의 따뜻함이 후반을 더 무겁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youtu.be/5 W2 KXnG_M3A? si=NXpBFkhs3 n_ghm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