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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건 공감 능력일까요, 아니면 그냥 함께 보낸 시간일까요. 저는 주말 저녁 소파에 늘어져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이 영화를 틀었고, 두 시간이 채 끝나기 전에 그 답을 바꿔야 했습니다. 2011년 프랑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언터처블: 1%의 우정>이 왜 지금도 회자되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배우 연기 — 눈빛 하나로 감정을 쥐고 흔드는 두 사람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코미디겠거니 했습니다. 성격 정반대인 두 사람이 부딪히고, 웃기고, 훈훈하게 끝나는 그런 류. 그런데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가 등장한 초반 장면에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전신마비(quadriplegia) 상태의 인물을 연기합니다. 여기서 전신마비란 경추 손상 등으로 인해 목 아래 사지의 운동 기능이 거의 혹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배우 입장에서 표현 수단의 대부분을 빼앗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클루제는 오직 표정과 눈빛, 미세한 호흡의 변화만으로 유머와 외로움과 자존심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저는 이런 절제된 퍼포먼스(restrained performance)를 보면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는데, 쉽게 말해 배우가 덜 움직일수록 관객은 더 몰입하게 되는 역설이 여기서 제대로 작동합니다.
드리스 역의 오마 사이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거칠고, 거침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생동감이 과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오마 사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그 사람이 거기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chemistry)는 억지로 맞춰진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자연스럽습니다.
- 프랑수아 클루제: 표정·눈빛만으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절제된 연기
- 오마 사이: 과장 없이 생동감을 유지하며 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연기
-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충돌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자연스러움
장애 표현 — 동정 없이 그냥 사람으로 대하는 시선
장애를 다루는 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장애를 '극복해야 할 서사'로만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그 틀 안에서 장애인은 용감한 존재가 되거나, 연민의 대상이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언터처블>은 그 공식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드리스는 필립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간병인 지원자들이 필립의 상태를 배려해 거리를 두는 동안, 드리스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말을 겁니다. 농담을 던지고, 반응을 기다리고, 웃습니다. 이것이 바로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상화 원리(normalization principle)'와 맞닿아 있습니다. 정상화 원리란, 장애를 가진 사람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생활 조건과 관계 속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 영화는 그 개념을 이론이 아니라 드리스의 태도를 통해 보여줍니다.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표현에 관한 논의는 세계적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애를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관점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Disability and Health). 이 관점에서 보면 필립의 삶을 제한한 건 전신마비 자체가 아니라, 그를 '깨질 것처럼' 대하던 주변 환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옆에 앉아 있던 가족들이 아무 말 없이 화면에 집중하는 걸 느꼈습니다. 웃음이 오가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영화가 말을 건넨 방식이 설교가 아니라 그냥 '장면'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관계 형성 — 조건이 아니라 시간이 쌓아 올리는 신뢰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을 보면 대단한 사건이 없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듣고,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고, 생일 파티에서 같이 웃는 것들. 사소하다 못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들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걸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부릅니다. 단순노출효과란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대상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호감이 증가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관계는 대화의 깊이보다 함께한 횟수가 더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립과 드리스의 우정도 어떤 극적인 고백이나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루틴이 반복되며 쌓인 신뢰에서 비롯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현실에서도 그대로입니다. 오랜 친구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자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가까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말하려는 건 관계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조건, 즉 시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솔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계급과 장애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갈등의 무게를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것. 현실에서 두 사람 같은 관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이 영화처럼 유쾌하게만 풀리지는 않을 텐데, 영화는 다소 낙관적 서사(optimistic narrative) 구조를 택합니다. 여기서 낙관적 서사란 갈등의 현실적 무게를 충분히 탐색하기보다 긍정적 해소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뜻합니다. 더 현실의 마찰을 남겨두었다면 여운이 더 오래갔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쉬움조차도, 이 영화가 전하려는 것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에서도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실화 기반 작품이 관객 감정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출처: Centre National du Cinéma et de l'image animée). 제가 처음 '실화 기반'이라는 소개 문구를 보고 마음이 먼저 열렸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언터처블 1% 우정은 실제로 실화인가요?
A. 맞습니다. 실제 프랑스 귀족 필립 포조 디 보르고와 알제리 이민자 출신 압델 셀루가 나눈 우정을 바탕으로 합니다. 두 사람은 직접 공동 회고록을 출판했고, 이 책이 영화의 원작이 됩니다. 실화라는 사실이 영화의 감정적 설득력을 한층 높여주는 부분입니다.
Q. 아이들이나 가족과 함께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저도 가족과 함께 봤는데 불편한 장면 없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성인 유머가 포함되어 있어 초등학생 이하 어린 자녀와는 맥락 설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오히려 관계와 편견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Q. 영화가 전신마비 장애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거 아닌가요?
A. 이 부분이 영화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계급이나 장애를 둘러싼 현실의 갈등은 영화처럼 유쾌하게만 풀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택한 방식은 비극보다 일상의 유머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그 선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자체로 영화가 현실의 어떤 지점을 건드렸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Q. 오마 사이가 이 영화로 어떤 상을 받았나요?
A. 오마 사이는 이 영화로 2012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세자르상은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흔히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립니다. 당시 프랑수아 클루제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경쟁 자체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론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잘 만들어진 영화가 어떻게 사람을 조용히 설득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큰 목소리로 메시지를 외치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 안에 슬그머니 녹여두는 방식.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이 남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모르겠다면, 자극적인 것 말고 그냥 사람 냄새나는 걸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권합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습니다. 저처럼 어느 순간 다들 말없이 화면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