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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이즈본
    영화 스타이즈본

    음악 영화는 노래가 좋으면 절반은 성공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개봉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면, 그건 노래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저는 2018년 남편과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가 함께 만든 스타 이즈 본 이야기입니다.

    두 목소리가 포개지는 순간 — 듀엣 무대

    일반적으로 음악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무대 연출이나 안무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기대를 갖고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조명이 쏟아지는 대형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듀엣을 부르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퍼포먼스(performance), 즉 단순한 공연의 개념을 넘어 감정의 고백 자체가 되어 버린 그 장면에서 저는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퍼포먼스란 기술적인 가창이나 무대 동선이 아니라, 두 사람의 내면이 음악을 통해 외부로 터져 나오는 과정을 뜻합니다. 목소리가 포개지는 그 떨림이 스크린 밖까지 전해졌고, 저는 옆에 앉은 남편을 괜히 한 번 더 바라봤습니다. 같은 멜로디 앞에서 같은 부분에 마음이 흔들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제 옆자리에도 그대로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를 위해 18개월간 보컬과 기타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IMDb, A Star Is Born (2018)). 그 훈련의 밀도가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났고, 레이디 가가와의 호흡은 연습된 것이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래가 연기의 도구가 아니라 연기 그 자체가 되도록 설계된 연출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 두 주연 배우 모두 립싱크 없이 실제 라이브로 촬영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어, 현장의 날 것 같은 감정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 듀엣 장면은 단순한 로맨스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두 인물이 처음으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서사적 전환점으로 기능합니다.
    • 브래들리 쿠퍼는 감독, 각색, 주연을 모두 겸했으며, 이 듀엣 장면을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으로 설계했습니다.
    요약: 두 배우의 듀엣 무대는 기술이 아닌 감정의 절정으로 설계되었고, 그 진심이 스크린 밖까지 전해집니다.

    8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이유 — 사운드트랙

    음악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영화가 개봉할 때 반짝 화제가 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럴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개봉 8년이 지난 지금도 스타 이즈 본의 노래들은 여전히 제 플레이리스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이어제틱 사운드(diegetic sound)와 넌다이어제틱 사운드(non-diegetic sound)의 구분을 영화 음악 이론에서는 중요하게 다룹니다. 다이어제틱 사운드란 영화 속 인물들도 함께 듣는, 장면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스타 이즈 본은 대부분의 음악 장면을 다이어제틱 사운드로 처리했습니다. 무대 위 라이브 공연처럼 인물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관객도 함께 그 소리를 듣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밖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 안에 함께 서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스타 이즈 본 사운드트랙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을 수상했으며, 빌보드 차트에서도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실적보다 제게 더 와닿는 사실은, 차트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 극장에서 느꼈던 그 감각이 다시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음악이 기억과 얼마나 깊이 결합할 수 있는지를 이 영화가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원래 팝 퍼포먼스(pop performance)로 정점을 찍은 아티스트입니다. 팝 퍼포먼스란 시각적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무대 방식으로, 레이디 가가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 모든 화려함을 내려놓고 날 것의 목소리 하나로 승부했고, 그 선택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가 원래 레이디 가가의 팬이었기 때문에 이 변화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약: 라이브 중심의 다이어제틱 사운드 연출이 사운드트랙에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빛이 밝을수록 그늘은 짙어진다 — 성장과 몰락

    이 영화를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스타 이즈 본이 진짜로 말하려는 것은 제목에서 풍기는 화려함과는 정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누군가가 무대 위로 떠오르는 바로 그 순간, 다른 누군가는 같은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크(arc), 즉 인물의 서사적 변화 곡선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이 영화의 설계는 잔인할 만큼 정밀합니다. 인물 아크란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이 시작 지점에서 끝 지점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 주는 흐름을 뜻합니다. 알리의 아크는 상승, 잭슨의 아크는 하강으로 대칭을 이루며, 두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영화는 가장 아린 감정을 끼워 넣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후반부가 그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알코올 의존증(alcohol use disorder)은 영화에서 잭슨의 몰락을 이끄는 핵심 서사 장치입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란 음주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통제력을 잃은 상태를 의미하며,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닌 복합적인 정신건강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영화는 이 질환을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서서히 잠식되는 과정으로 그려 냈고, 그 점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랑이 곁에 있어도 끝내 붙들지 못하는 전개가 너무 슬퍼서, 극장을 나온 뒤에도 한참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영화는 1937년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1954년, 1976년 리메이크를 거쳐 2018년 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이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리메이크되는 이유는, 명성이라는 무대가 요구하는 대가와 그 안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이 어느 시대에나 유효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보편성을 가진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함께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 잭슨의 몰락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명성 산업이 개인에게 가하는 구조적 압력과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질환이 결합된 결과로 묘사됩니다.
    • 알리의 성장은 잭슨의 도움으로 시작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성장이 잭슨을 더 깊은 그늘로 밀어 넣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갖습니다.
    • 영화는 '진짜 자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와 '잘 팔리는 노래' 사이의 간극을 알리의 음악 변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 줍니다.
    요약: 성장과 몰락의 대칭 구조가 이 영화를 성공 스토리가 아닌, 사랑의 무력함에 관한 이야기로 만들어 줍니다.

    음악이 좋은 영화는 많습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나도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극장에서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영화는 드뭅니다. 스타 이즈 본은 저에게 그런 작품입니다. 화려한 무대와 수상 실적 뒤에 얼마나 어두운 이야기가 묻혀 있는지, 그 어둠이 오히려 음악을 더 빛나게 만든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멜로디 앞에서 같이 흔들리는 경험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남을 것입니다. 이미 보셨다면 사운드트랙을 다시 한번 꺼내 들어 보세요. 아마 그 노래가 처음 들었을 때와 조금 다르게, 어쩌면 더 무겁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rzqhrJF8 wMY? si=0 LsZSxRas6 ZVPP7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