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사람을 죽이면 그건 정의일까요, 범죄일까요? 저도 처음에는 이 질문이 식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인자ㅇ난감》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덟 편을 다 보고도 머릿속이 한동안 정리가 안 됐습니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 캐릭터가 만드는 삼각 구도
《살인자ㅇ난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시리즈로,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 감독은 영화 《사라진 밤》과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만든 분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에 있어서는 이미 검증된 연출가입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구조적 핵심은 삼각 구도(三角構圖), 즉 세 인물이 서로를 견제하고 추적하는 서사 구조에 있습니다. 삼각 구도란 두 인물이 대립하는 단순한 이분법 대신, 세 인물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충돌하면서 이야기에 다층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서사 방식입니다. 이탕(최우식)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대학생이고, 장난감(손석구)은 그를 쫓는 형사이며, 송촌(이희준)은 후반부에 등장해 스스로의 기준으로 악인들을 처단하는 인물입니다. 이 세 사람이 각자의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는 내내 "누가 맞는 건가"를 자꾸 따지게 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 기법이 곳곳에 쓰였는데, 비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거나 뒤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집 기법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 기법이 단순히 분위기를 살리는 수단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설명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특히 이탕이 살인 이후 점점 달라지는 눈빛을 이전 장면과 교차시키는 방식은, 대사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요소는 빌런 서사의 깊이입니다. 단순히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이 왜 그런 사람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빌런은 보다 보면 그 사람의 논리가 이해되는 순간이 생기거든요. 그 불쾌한 이해감이 드라마를 단순한 권선징악물과 다른 위치에 놓습니다.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OTT(Over-The-Top) 플랫폼,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23년 기준 성인의 72%를 넘어섰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https://www.kcc.go.kr)).).) 그 경쟁 속에서 《살인자ㅇ난감》은 오랜만에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가 잘한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삼각 구도를 통해 단순한 선악 대립을 피하고 시청자에게 도덕적 선택지를 제시한 것
- 비선형 서사 편집으로 인물의 심리 변화를 대사 없이 전달한 것
- 빌런 캐릭터에게도 서사를 부여해 단순 악인으로 소비되지 않게 한 것
-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을 포함한 주조연 전체의 고른 연기력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
그럼에도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밟힌 건 이탕 캐릭터의 캐릭터 밸런스(Character Balance) 문제입니다. 캐릭터 밸런스란 극 안에서 주요 인물들이 서로 비슷한 비중과 서사적 무게를 가지도록 설계되는 구성 원칙을 말합니다. 이탕은 송촌에 비해 너무 '착한 사람'으로만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둘 다 사람을 죽이는 인물인데, 이탕은 유독 피해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도덕적으로 더 무거운 인물이어야 이야기 전체의 질문이 더 날카로워지거든요.
이탕의 조력자 노빈 캐릭터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이 왜 이탕을 돕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초반의 생활 연기는 자연스러웠지만, 후반부 감정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연기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서사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정적 장면을 요구받으면 배우도, 시청자도 모두 버거워집니다.
드라마 서사 구조에서 흔히 말하는 모티베이션 아크(Motivation Arc)가 부족한 인물들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모티베이션 아크란 인물이 왜 그 행동을 하는지, 그 동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흐름입니다. 장난감 형사의 경우, 냉철한 면모가 잘 드러나긴 하지만 송촌을 잡으려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면 이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입니다.
주제 의식에 대해서도 솔직히 아쉽습니다. 사적 제재(私的制裁), 즉 법의 테두리 밖에서 개인이 스스로 처벌을 집행하는 행위가 정당한가 하는 질문은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입니다. 실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사법 불신과 처벌 공백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사적 제재를 용인하는 심리적 배경이 된다고 분석됩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https://www.kic.re.kr)).).) 드라마가 이 질문을 건드리기는 했는데, 끝까지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시청자 각자가 판단하게 여지를 남기는 건 좋지만, 제 느낌으로는 질문만 던져놓고 드라마 자체는 한발 물러선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 후반부의 페이스 조절 문제도 있습니다. 앞부분이 전력질주라면, 뒷부분은 갑자기 속도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즌2를 의식한 듯한 열린 결말은 한 시즌의 완결성을 해친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수작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만, 겉은 번지르르하고 속이 좀 허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살인자ㅇ난감》은 10점 만점에 8점짜리 드라마라고 봅니다.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 아쉬움보다 볼거리가 훨씬 많습니다. 스릴러나 범죄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주말에 한 번 틀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나쁜 놈을 죽이면 착한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본인만의 답을 생각해보게 되는 경험, 그게 이 드라마의 진짜 재미입니다.